학원 스트레스 '훌훌'…"농촌에 유학 왔어요"

입력 2023-09-24 18:54   수정 2023-10-04 20:37


이달 초 찾은 전남 구례군 광의초등학교. 학생 7명이 교정에서 특별한 미술 수업을 듣고 있었다. 풀밭을 밟고 선 아이들이 나무에 흙과 나뭇가지, 열매 등을 붙여 자기 얼굴을 표현했다. 선생님은 “이 작품들은 비바람이 불고 사라지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생태의 원리를 가르쳤다.

특이한 점은 이 가운데 4명이 서울에서 온 학생이라는 것이다. 서울에 있었다면 수학·영어 공부에 매진했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들은 공부 대신 자연을 선택해 ‘농촌 유학’에 나섰다고 했다.
‘생태 교육’ 인기
24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학기에 전남 148명, 전북 67명, 강원 33명 등 총 248명의 서울 학생이 농촌 지역으로 떠났다. 2021년 시작된 농촌 유학은 서울 초·중학생이 일정 기간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 생태 친화적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농·산·어촌에 있는 재적수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에 배정된다. 농가에서 농가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홈스테이형’,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가족체류형’, 지역 센터에서 생활하는 ‘유학센터형’으로 나뉜다.

광의초에는 5가구 7명의 서울 학생이 와 있다. 전교생 30명 중 23.3%를 차지한다. 서울교육청은 전남교육청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학생들에게 매달 지원금을 지급한다. 서울교육청에서 30만원, 전남교육청에서 30만원, 지방자치단체에서 10만~20만원을 준다.

광의초에 온 학생들은 교실 밖 수업에 더 익숙해졌다. 광의초는 ‘움틀(체육)·꿈틀(진로)’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감수성을 키운다. 별도 비용 없이 학교 정규 교과과정 중에 노고단 등반, 섬진강 벚꽃길 걷기, 나무 클라이밍, 승마, 생존수영, 곤충 관찰 수업에 참여한다.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서울 출신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어머니인 이명우 씨는 “서울에서 일을 그만두고 자녀를 농촌 유학시키기 위해 내려왔다”며 “서울 학부모와 지역 학부모가 어우러져 수요 아침 체육 활동, 금요 아침 그림책 읽어주는 어머니, 함께하는 모내기, 캠프 등을 기획하면서 치열한 도시에서 잊고 살던 자연, 공동체 의식을 체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의초로서도 학교 회복의 기회가 됐다. 노형도 교장은 “과거 1000명이던 학생이 이제 30명을 채우기도 어려워졌을 정도로 농촌 학교는 존폐 위기에 있었다”며 “서울에서 학생들이 오면서 체육활동, 체험학습이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좋은 평가에 농촌 유학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2021년 1학기 81명에서 출발해 2학기 147명, 2022년에는 1학기 223명, 2학기 263명으로 증가했다. 예산 지원이 불투명했던 2023학년 1학기에는 235명으로 소폭 줄었다가 2학기에 다시 248명으로 늘었다.
농촌 유학 놓고 갈등
하지만 농촌 유학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농촌 유학을 포함한 조희연 서울교육감표 생태전환교육이 진통을 겪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지난 7월 생태전환교육의 핵심인 농촌 유학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그 근거가 되는 조례를 폐지했다. 조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했으나 이달 15일 재차 의결됐다. 조례 폐지안을 발의한 최유희 국민의힘 시의원은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기금이 농촌 유학 사업에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례가 폐지된다고 해서 농촌 유학이 당장 멈추는 건 아니다. ‘도농교육교류 협력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태전환 조례에 포함된 기금 관련 조항이 없어져 기금 사용이 어려워졌다.

교육청은 생태전환교육과 환경교육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조 교육감은 “생태전환교육이란 기후·환경위기를 교육으로 극복하기 위한 교육 방법론으로 환경교육보다 범위가 넓다”며 “예산 편성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농촌 유학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프로그램이 잘 정착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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